상하이에서 중고품 가게 운영하는 한국인 교수
그는 대학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교수님이고, 상하이 신화(新華) 커뮤니티에서는 이웃들에게 친숙한 '한국인 사장님'이다. 그가 운영하는 작은 중고 재활용품 가게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따뜻하게 이어주고 있다.
그는 바로 퉁지대학교(同濟大學) 디자인창의대학 이하근(李何槿) 교수님이다. 지난 8년 동안 그녀는 상하이에 중고 재활용품 가게 '2nd NICE' 두 개를 열었다. 중국어로는 '제2호(第二好)'인데 이곳의 상품이 신상품인 '제1호'에 이어 두 번째로 좋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녀의 가게는 창닝구(長寧區)의 신화로점(新華路店)과 징안구(靜安區) 톈무중로(天目中路)의 베이잔점(北站店)이다. 베이잔점은 올해 4월에 정식 개업했다. 이 작은 공간에서 그녀의 신분은 단순히 가게 주인이 아니라 중고 물품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말끔히 지워지지 않는 얼룩, 광고 라벨 자국, 닳은 모서리에는 그녀가 정성껏 디자인한 패치나 독특한 자수 조각을 덧댔고 때로는 손글씨로 쓴 인사말을 추가하기도 한다.
미국 보스턴에서 15년간 생활하다가 2017년 남편과 함께 상하이로 온 그녀는 딱 1년만 일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뜻밖에 계약이 연장됐다.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 생활용품을 더 챙기고, 쓰던 물건은 일부 처분해야 했다. 다시 상하이로 돌아온 그녀는 가능한 한 새 물건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상하이에는 주민들의 일상에 필요한 중고품 판매 공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번은 학생들을 데리고 해외 연수를 갔다가 여가 시간에 중고품 상점에 들렀는데 학생들이 흥미진진하게 이것저것 고르는 것을 본 그녀는 자신도 한번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건 입지 선정이었다. 상하이 시내의 상가 임대료는 대부분 비쌌다. 이 씨는 상하이에 처음 왔을 때 신화 커뮤니티의 활동에 참여하며 커뮤니티 직원들과 친분을 쌓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커뮤니티 내 한 가게가 이사를 가면서 빈자리가 생겼다. 그리하여 그녀는 커뮤니티의 지원으로 2025년에 첫 번째 중고품 가게 '2nd NICE'를 정식 오픈했다.
초창기에는 학생이나 동료 또는 친구들이 물품을 기증했지만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게가 알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기증자들의 공통된 소망은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계속해서 가치있게 쓰이는 것이었다. 이 점은 이 씨의 생각과도 맞아떨어졌다. 이 씨는 "2nd NICE의 존재 가치가 단순히 중고 물품의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사람 간의 따뜻한 정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 가게에 오는 젊은이들도 많다. 중고품 가게에서 몇십 위안짜리 옷을 하나 골라 코디하면 백화점에서 산 옷보다 더 특별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한 손님은 "여기 옷 디자인이 꽤 괜찮고, 옷 상태도 깨끗하고 위생적이어서 평소에 시간 날 때마다 들러서 둘러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신화 커뮤니티에서 열린 행사에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며 "이 중고품 가게 덕분에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남에서 친구가 됐다. 이는 우정이나 가족애와는 다른, 아주 아름다운 관계이자 특별한 유대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녀가 상하이에서 느낀 따뜻한 정은 가게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이 씨는 전에 푸둥(浦東)에 살면서 공원에서 광장춤을 추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했다. 호기심에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가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이 씨는 "그분들은 저를 가족처럼 대해 주면서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들은 종종 그녀에게 대추, 사탕수수 등 온갖 맛있는 음식을 갖다주기도 했다. 타향에서 경험한 훈훈한 인심은 나중에 이 씨가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잠시 일단락됐다.
그녀에게 '2nd NICE'는 단순한 상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회 실험이다. 그녀는 중고품 가게가 재래시장처럼 골목 곳곳에 퍼져나가 사람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원문 출처: 신민 이브닝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