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무형무화유산, 스페인 라 메르세 축제에 선보여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상하이 전통 민속공연 '펑셴군덩(奉賢滾燈)'이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문화 축제 중 하나인 라 메르세 축제에 선보였다. 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펑셴군덩은 춤과 곡예, 힘과 기량을 활용한 기예를 하나로 결합한 전통공연으로, 이번 축제에 상하이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취를 더했다.
바르셀로나 문화학원 문화 프로젝트 책임자 에스테베 카라메스(Esteve Carames)는 "펑셴군덩은 진정한 상하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상하이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와 역사를 바르셀로나의 가장 전통적인 축제에 가져왔다. 상하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상하이의 전통이 어떤 모습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라고 말했다. 카라메스는 이번 공연이 국제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상하이의 또 다른 면모를 관객들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공연은 축제 관객들로부터 빠르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펑셴군덩을 처음 접한것으로 나타났다.
펑셴군덩은 오늘날 상하이 펑셴구(奉賢區)와 항저우만(杭州灣) 북쪽 연안 일대에서 유래했다. 과거 이 지역은 수해가 잦았으며, 현지 주민들은 물난리를 피하고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의 하나로 군덩 공연을 펼쳤다. 이러한 풍습은 대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명절이나 풍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즐기는 대표적인 민속 오락으로 자리 잡았다.
군덩은 주로 대나무로 만들며, 안팎의 두 겹 구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굴리거나 회전시켜도 형태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크기가 워낙 커 예로부터 공연자가 군덩을 굴리며 다가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줬고, 이 때문에 '등불의 왕'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 민간 예술은 섬세한 동작과 강한 힘, 뛰어난 제어 능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가장 난도가 높은 기예 가운데 하나는 '거미줄 풀기(蜘蛛放絲)'로, 공연자가 천으로 된 띠를 이로 물어 군덩을 조종하면서 자신의 몸도 군덩과 함께 회전하는 동작이다.
펑셴군덩은 2008년 중국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명록에 등재됐다. 펑셴구 문화여유국(文化和旅遊局) 관계자 왕징(王靜)은 라 메르세 축제가 펑셴군덩을 선보이기에 특히 적합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의 축제와 펑셴군덩 모두 민간 축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는 일방적으로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민간 전통이 나누는 대화"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바르셀로나를 위해 특별히 각색됐으며, 현지 축제 분위기와 전통에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요소를 새롭게 더했다.
왕징은 펑셴군덩을 해외에 선보이는 것이 상하이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현대적인 대도시의 모습만을 가진 도시가 아니라는 점을 알리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에서 현대화와 전통 문화는 서로 대립하지 않고 공존한다. 현대화가 상하이의 겉모습이라면, 무형문화유산과 민간 전통은 상하이의 내면에 깃든 기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