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극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작품 속 여성 우화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korean.shanghai.gov.cn|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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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채식주의자> 공연 현장 [사진 출처: 신민 이브닝 뉴스(新民晚報)]

노벨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무용극 <채식주의자>가 3월 8일 상하이에서 첫 공연을 마쳤다. 이 작품은 아시아 최초의 여성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작품 속 고기를 거부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성이 악몽을 꾼 뒤 채식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 후 점차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작품은 세 주인공의 서로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남편의 시점이다. 남편은 갑자기 채식을 선언한 아내 영혜의 행동을 혼인과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혼란과 분노를 느낀다. 결국 그는 장인과 함께 영혜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 하고, 그 결과 영혜는 정신적으로 무너지며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두 번째는 형부의 시점이다. 예술가인 그는 영혜에게 병적인 집착을 느끼고, '예술 창작'이라는 명목으로 영혜를 속여 인체 사진 모델로 유인하지만 영혜의 언니한테 현장을 들킨다. 결국 영혜는 타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락되고 형부는 구치소로 보내진다.

세 번째는 언니 인혜의 시점이다. 동생 영혜는 입원한 뒤 스스로를 광합성을 통해 자양분을 얻는 나무라고 환상한다. 언니는 가정과 사회가 동생에게 가한 부당함을 깨닫지만, 자신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느낀다. 결국 영혜는 영양실조로 생명이 위독해져 큰 병원으로 옮겨지고, 언니는 창밖에서 타오르는 낙엽을 바라보며 그저 하염없이 기다린다.

스웨덴 한림원은 시상사에서 <채식주의자>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했다. 한강은 스스로 이 작품을 '필사적으로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는 여성'의 이야기이자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종이를 뚫고 나올 듯한 힘을 지닌,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우화이다.

만약 원작을 읽어보지 않고 단순히 무용극 <채식주의자>만을 본다면 뚜렷한 삼부작 구조나 세 가지 시점, 심지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주요 장면들이 단편적으로 연출되는 모습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무용극은 제한된 줄거리와 함께 풍부한 감정을 동시에 담아내는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지각 예술로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감각 자극하며 미학적 추구에 방점을 둔다.

무용극 <채식주의자>는 시각과 청각 측면에서 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우선 무용수들의 의상은 풍성하면서도 신체를 강하게 구속한다. 무용수의 타이츠에는 서로 다른 부위에 스펀지를 붙여 강조했는데, 이는 일종의 위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격 변형이 외부로 드러난 형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으로 무대 미술의 전체적인 색조는 검은색과 회색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무대 면적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원형 강철 구조물이 하나 설치되어 있으며, 그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 술 장식처럼 보이는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여기에 현장에서 음향 효과가 더해지면, 마치 빗줄기 같기도 하고 숲속 같기도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음악가가 현장에서 MIDI 전자음악을 직접 연주하며 실시간으로 음향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공포 영화에서 음향 효과가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끌어올린 듯, 이 무용극에서도 음악은 억눌린 감정이나 거기에서 해방되는 순간을 표현할 때 현장의 음향 효과가 결합되면서 감정의 진폭이 훨씬 커진다.

무용극 중간에 가끔 내레이션이 등장해 줄거리를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 밖의 감정은 대부분 음향 효과에 의해 표현된다. 시각적 장면 가운데서도 극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타오르는 나뭇잎' 장면은 특히 아름답게 표현됐다. 무대에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눈이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연극에서 흔히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마치 가느다란 형광봉 같은 '불의 비'가 무대 위로 떨어진다. 그 장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 장면은 극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밝은 색채를 띠는 순간이었고, 그 밖의 시간은 모두 검은색, 회색, 그리고 흙빛 계열의 억눌린 분위기로 채워져 있었다. 그 '불의 비'는 마치 별처럼 흩어져 있는 희망의 조각으로 보인다.

 

원문 출처: 신민 이브닝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