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기업계, 심도 있는 협력 재개
최근 제3차 한중경영자회의가 상하이에서 열렸다. 한중 양국의 정부 부처, 금융기관, 다국적 기업에서 온 100여 명의 대표들이 산업 공급망 협력, 신산업 혁신, 친환경 저탄소 전환, 크로스보더 금융 서비스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한중 협력 다시 활기 찾아
지난해 들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양자 간 경제·무역 협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기업계에 더욱 예상 가능한 전망을 제공했다고 참석자들은 일제히 입을 모았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한중 수교 34년 동안 경제·무역 협력 성과가 뚜렷했다"며, "앞으로 양국이 반도체, 신에너지, 바이오 의약품 등 신산업 분야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海關總署)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중 양국 간 유형 무역 수출입 총액은 3,312억 달러에 달했으며, 누적 상호 투자 규모는 1,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무역 환경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중 경제·무역 관계는 여전히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한중 산업 협력 모델도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과거 가공·제조와 수직 분업 위주였던 협력 체계가 점차 공동 연구개발, 표준 공동 구축, 시장 공동 개척 및 생산 협동 능력 고도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상백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중국이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신질생산력(新質生產力) 발전 방향 및 내수 확대 전략이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신에너지, 협력 핵심 분야로 부상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반도체, 신에너지 및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현재 양국 협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중국의 탄탄한 산업 공급망 체계를 활용해 첨단제조, 의료기기 등 분야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AI, 휴머노이드 로봇, 신에너지 자동차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둬테크(쑤저우) 유한회사(熠鐸科技(蘇州)有限公司)는 향후 HBM(고대역폭 메모리) 첨단 패키징 핵심 소재 등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기술 개발을 추진해 글로벌 고성능 칩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은 광범위한 시장 적용 사례와 완벽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수소 에너지 기술 R&D 및 상용화 운영에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므로 양국은 수소 에너지 공급망 분야에서의 협력 공간이 매우 넓다고 밝혔다.
상하이전기풍력발전그룹은 동북아 신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 기업과 공동으로 해상 풍력 발전 R&D 및 제조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추세 속에서 한중 신에너지 협력도 더 이상 단일 제품 무역으로 국한하지 않고, 점차 기술 협력, 표준 체계 및 제3자 시장 공동 개발로 확대해야 한고 있다고 제안했다.
자국 통화 결제 주목
특히 주목할 점은 다수의 금융기관이 이번 회의에서 '자국 통화 결제 확대'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중국 교통은행과 한국 KB국민은행은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및 크로스보더 금융 서비스 체계를 바탕으로 위안화와 원화 결제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무역 금융, 크로스보더 결제 및 환헤지 서비스를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 세계 환율 변동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자국 통화 결제 규모 확대가 기업의 글로벌 경영 비용과 환율 리스크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푸둥발전은행(浦發銀行), 궈타이하이퉁증권(國泰海通證券) 등 기관들은 크로스보더 금융 서비스 생태계를 더욱 완비하여 한중 양국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 산업 통합 및 자본 시장 협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논의 내용을 보면, 금융기관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금융은 주로 무역 결제 기능을 담당했으나, 현재는 점차 산업 공급망 자원 통합, 기술 혁신 지원 및 친환경 전환 자금 조달 등의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생산 능력 상호 보완'에서 '혁신 상생'으로
물류 분야에서는 LX판토스(LXPantos)와 중국 택배사 위안퉁택배(圓通速遞)는 한중 물류 네트워크 협력을 심화하고, 크로스보더 물류 표준 상호인정 및 무역 편의화 향상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대한항공은 문화관광 및 글로벌 무역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한중 간 노선 운영을 더욱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는 다수의 기업이 상설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줄기세포 기술, 중증 의학 및 식품 바이오 제조 등 분야에서 공동 R&D와 성과 전환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회의 마지막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한중 경제무역 협력이야말로 양국 관계의 '압창석(壓艙石·밸러스트 스톤,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닥에 까는 돌)'이자 '엔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세계 경제 구도가 심도 있게 재편되고 산업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한중 기업계는 계속해서 개방과 포용, 호혜상생의 이념을 실천하고, 전방위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하며, 산업 공급망의 회복력과 지역경제의 안정성 향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번 회의의 내용을 보면, 한중 기업계는 협력의 논리를 '생산 능력 상호 보완'에서 '혁신적 상생'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문 출처: 제일재경(第一財經)